‘스탠포드 MBA’ 인재도 취업비자 거부 당했다

중국 출신 변호사 NYT에 기고문 눈길
“두 차례 추가서류 제출 끝에 불가 통보
나 같은 사람이 미국서 일 할 수 없다면 대체 누가 가능한가… 결국 미국도 손해”

“이런 식이라면 도대체 누가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겠는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전문직 취업비자(H-1B)에 대한 심사와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충분한 자격을 갖춘 외국인 전문 인력들이 잇따라 취업비자 심사에서 탈락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3일 오피니언면에서 ‘취업비자에 적합한 자격을 갖춘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취업비자 심사 강화로 어렵게 취업비자 신청 자격을 얻은 훌륭한 인재들이 결국 비자 심사에서 탈락하고 본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사연을 소개했다.

중국 출신의 변호사로 홍콩의 대형 로펌과 영국 옥스포드 대학를 거쳐 서부 최고 사립 명문인 스탠포드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친 프리다 유가 직접 기고한 스토리는 그녀처럼 훌륭한 스펙과 실력을 가진 신청자들도 취업비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의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르면 그녀는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위해 취업비자를 신청했고, 운이 좋게도 취업비자 추첨에서 통과한 유씨는 자신의 경력과 학위 등을 미루어 어렵지 않게 비자를 취득할 것을 기대했으나 7월과 9월에 두 차례나 ‘추가서류 제출’(RFE) 요구를 받았다.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은 그녀가 미국에서 가지려고 하는 직책이 ‘전문 직종(specialty occupation)’, 즉 학사학위 이상만이 할 수 있다는 증명을 반복해서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녀는 자신의 취업 분야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다루는 전문적 일임을 설명하고, 노벨상 수상자로부터도 추천서를 받아 제출하는 등 취업비자를 받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지만, 이민국은 결국 지난 10월11일 최종적으로 그녀의 취업비자 신청을 거부한다고 통보했다.

그녀는 기고문에서 자신의 친구들도 애플, 구글, PWC와 같은 세계적 기업을 통해 취업비자를 신청했지만 상당수가 추첨에서 떨어지거나 비자심사에서 탈락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정책은 자신과 같은 외국인 인재들의 꿈을 꺾을 뿐만 아니라 미국이 세계의 유능한 인재들을 스스로 몰아내는 것이어서 장기적으로 미국에게도 해가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녀는 기고문의 마지막에 자신은 중국으로 돌아가도 되지만 의문은 남는다며 “나같은 사람이 미국에서 일할 자격이 없다면 도대체 누가 가능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이같은 기고문은 결국 ‘Buy American, Hire American’(미국산 구매, 미국인 고용)이라는 제목으로 행정명령을 시행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아래 우수한 외국인 인재들이 미국에서 일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민 변호사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RFE에 걸리는 케이스가 부쩍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요구하는 서류나 증빙자료 제출도 예전과 다르게 복잡하고 어려워졌다”며 “실제로 취업비자 심사에서 떨어질 이유가 없는 훌륭한 인재들까지 탈락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USCIS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31일까지 H-1B 비자 신청자 가운데 RFE 통보를 받은 경우는 전체 신청 건수인 31만6,448건 가운데 26.9%에 해당하는 8만5,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9년 이래 가장 많은 수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만8,919건에 비해 무려 45%가 늘어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취업비자 발급 건수는 고작 3.0%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추첨에서 3대1의 경쟁을 뚫고 취업비자 신청 자격을 얻은 신청자들의 상당수가 또 다시 RFE 통보를 받는 등 까다로운 취업비자 심사 절차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국일보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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