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테러, 반이민정책 불똥튀나

테러용의자 추첨영주권제 통해 미 입국
트럼프, 즉각폐지 시…입국심사 강화 전망
공범 가능성도 제기…우즈벡 출신 남성 공개수배

지난달 31일 맨하탄에서 20명의 사상자를 낸 트럭 돌진 테러 용의자가 추첨영주권제’ (Diversity Immigrant Visa)를 통해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방국토안보부(DHS)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테러 용의자인 세이풀로 사이포브(29)는 2010년 이 제도를 통해 영주권을 받고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확인돼 이민 제도로까지 불똥이 튈 조짐이다.

1일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 발생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테러리스트가‘ 추첨영주권제’를 이용해 미국에 입국했다”고 언급한 뒤 “우리는 메릿 기반의 이민정책을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다. 추첨영주권제는 안된다”며 ‘메릿베이스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의회에 추첨영주 권제 즉시 폐지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 반이민정책의 가속화를 시사했다.

문제가 된 추첨영주권제는 최근 5년간 미국 이민자가 5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출신자들에게 매년 5만개의 영주권을 추첨을 통해 발급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 이민이 많은 한국과 중국,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 19개국가 출신은 신청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2016회계연도에는 4만5,664건의 영주권이 추첨영주권제도를 통해 발급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또 공화당 인사들은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추첨영주권 폐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는데 이번 테러를 계기로 추첨영주권제 폐지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됐다. 백악관과 공화당 지도부가 추진하고 있는‘ 메릿베이스 시스템’은 이민 신청자들의 학력과 경력, 언어구사력 등을 점수로 계량화화해 영주권을 발급하는 것이다. 메릿베이스 시스템을 도입하면 가족이민이 대폭 줄면서 합법영주권 발급 건수가 현재의 절반 이상으로 급감한다.

메릿베이스시스템 도입과 함께 이번 테러를 계기로 비자와 입국 심사도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럭 테러가 발생한 직후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중동 등지에서 물리친 뒤 이들이 우리 나라로 들어오거나 다시 돌아오게 해선 안 된다”면서 “방금 국토안보부(DHS)에 입국 비자 심사를 더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이 단독 범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건에 대한 합동 수사를 펼치고 있는 뉴욕시경(NYPD)과 연방수사국(FBI)은 1일 이번 사건과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무카마조어 카디로프(Mukhammadzoir Kadirov,32)를 공개 수배한다고 밝혔다,

수사 당국은 아직 카디로프를 사건공범으로 공식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사건에 관한 주요 정보를 가진 인물로 보고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연방검찰 뉴욕남부지검은 테러를 저지른 후 경찰이 발포한 총을 맞고 체포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사이포브를 테러 혐의로 공식 기소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사이포브는 최소 두 달 전부터 이번 사건을 계획한것으로 드러났다. 사이포브는 사건을 저지르기 열흘 전인 지난달 22일에는 트럭을 빌려 테러 사전 연습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포브는 그의 셀폰에 그가 추종하는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프로파간다를 담은 90여 개의 동영상을 담아 수시로 시청하며 치밀하게사건을 계획했다는 것이 FBI의 설명이다.

<한국일보 서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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