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배넌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의미심장한 ‘충고’를 건넸다

“중요한 가르침이 하나 있다. 프로그램을 고수하라는 것이다. 2016년 11월8일 당신을 당선시킨 그 프로그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트럼프에게 이런 의미심장한 충고를 건넸다. ‘배넌 vs 트럼프’의 구도로 치러진 최근 선거에서 자신이 승리한 직후다.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난 26일 실시된 공화당 경선은 배넌이 대표하는 세력의 완벽한 승리였다. 배넌이 이끄는 “포퓰리스트 국가주의 보수 반란” 세력은 로이 무어 전 앨라배마주 대법원장을 지원했다.

roy moore

무어는 ‘강경보수’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2000년 주 대법원장에 취임하자마자 2385kg짜리 화강암에 성경의 ‘십계명’을 새겨 이를 법원청사에 설치했다. 연방법원이 ‘정교분리’ 원칙을 내세워 위헌이라며 철거를 명령했으나 불복했고, 결국 자리에서 쫓겨났다.

2012년 다시 앨라배마주 대법원장으로 돌아온 그는 또 한 번 쫓겨났다. 2015년 연방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산하 법원의 판사들에게 ‘동성결혼 서류를 발급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 그는 결국 직무정지를 끝에 사실상 해임됐다.

trump alabama

반면 트럼프와 백악관, 공화당 주류는 현역 상원의원인 루서 스트레인지를 지원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물론, 트럼프도 직접 앨라배마까지 날아가 지원유세를 했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슈퍼팩을 동원해 900만 달러를 선거광고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결과는 무어의 승리였다. 배넌은 27일 라디오쇼 ‘브레이트바트뉴스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건 풀뿌리 운동 조직과 기업에서 나온 돈의 대결이었고, (우리의) 낙승이었다”고 말했다.

roy moore

배넌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트럼프가 어떻게 “잘못된 편에 서게 됐는지” 스스로 돌아보며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누가 당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는지 잊지 말라’는 얘기다.

“그(트럼프)의 하드코어 기반, 즉 브레이트바트의 동료들인 세라 페일린(전 알래스카 주지사)부터 앤 코울터(정치평론가), 마크 레빈(변호사), 마이클 새비지(라디오 진행자), 숀 해니티(라디오 진행자)까지 우리 모두는 무어 편에 섰다. (…) 중요한 가르침이 하나 있다. 프로그램을 고수하라는 것이다. 2016년 11월8일 당신을 당선시킨 그 프로그램. 어젯밤 또 하나의 굉장한 승리, 무어의 승리는 그 프로그램을 따른 덕분이다. 완전히 박살내버렸다. 가르침이 있다. 프로그램을 고수하라. 그러면 지지기반이 거기에 있을 것이고, 점점 더 커질 것이다.”

 

bannon trump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배넌이 말하는 ‘프로그램’의 의미는 비교적 명확하다.

“우리가 모든 곳에서 승리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흐름이 보이지 않는가? 이건 포퓰리스트 국가주의 보수 반란이다. 이건 이 나라 엘리트에 맞서는 반란이다. 이건 그 엘리트 사이의 글로벌리스트에 맞서는 반란이다. 이건 미국인들의 목구멍에 밀어넣으려고 하는 진보적 어젠다에 대한 반란이다.”

“열심히 일하는 전 세계 사람들은 글로벌 엘리트들에 신물이 났다. 그들은 무엇을 하라는 말을 듣는 데 신물이 났다. 이건 글로벌 혁명이다. 보고 있지 않나. 잉글랜드부터 쭉 그렇다. 유럽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시작됐다. 인도에서도 볼 수 있다. 중동, 호주에서도 막 시작됐고 어제는 앨라배마였다.”

“우리는 ‘반(反)엘리트’이기 때문에 포퓰리스트이며, 그것은 이 세계의 엘리트들이 부패하고 무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反) 글로벌리스트이기 때문에 국가주의자다. 우리는 지역 단위에서 사람들의 권한을 빼앗아 가는 글로벌리스트 시스템을 믿지 않는다.”

bannon trump

배넌은 내부 권력 다툼 끝에 백악관에서 경질된 바로 다음날부터 트럼프 정부 내 ‘글로벌리스트’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를 것이라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배넌과 트럼프의 ‘대리 전쟁’이 배넌의 승리로 끝나면서 배넌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그는 한껏 고무된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 선거운동에서 이겼을 때, 동시에 우리 옆에는 기득권층(establishment)도 함께 있었다. 그 때 기득권층의 요소가 없었다면 우리는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 프로그램을 주목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더 이상 중앙에서 통제되지 않을 것이다. 어제 로이 무어의 굉장한 승리에서 봤던 것처럼 말이다.”

배넌의 ‘전쟁’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트럼프는 계속 신경이 좀 쓰일 것이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허완씨가 작성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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