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세대 “강퇴 당할라” 걱정

SD 한인타운 정착 한인 80%가 50대 후반
첨단기기 적응 힘들어 재교육 필요

콘보이 스트릿은 샌디에고 한인 커뮤니티의 뿌리다.

지난 1970년 초창기 한인 이민자들이 사업을 시작한 곳이 바로 콘보이 스트릿이기 때문이다.

한인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콘보이 스트릿은 한인회를 비롯해 상공회의소, 축구협회 등 주요 한인단체들이 몰려 있으며 은행, 보험, 병원, 마켓 등 주요 사업체들도 집중되어 있다.

한인커뮤니티 비즈니스 및 행정수도라 불리는 콘보이 스트릿은 에어로 드라이브와 클레어먼트 메사 블러바드까지 2마일 구간으로 발보아 애버뉴, 다켓 스트릿, 론슨 로드 등이 교차하고 있는 교통 요충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콘보이 한인 상권이 예전 같지 않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신규 이민자는 거의 없고 기존 커뮤니티는 고령화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콘보이 한인 타운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한인업주들의 평균 연령은 50대 이상이다.

병·의원을 포함해 보험, 식당 등에 종사하고 있는 한인 업주들의 경우 50대 후반인 경우가 80%를 육박하고 있다.

이들 업주에게 ‘은퇴는 언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거의 대다수의 답변은 “은퇴 아닌 강퇴를 당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은 계속 일을 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일을 그만두는 경우를 일컫는 ‘강퇴’.

콘보이 한인 타운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이모 씨는 “과거의 은퇴개념은 더 이상 경제활동을 할 수 없을 때 자연스럽게 직장을 떠나거나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남은 생을 마무리하는 것이었다면 현재의 은퇴 개념은 일을 하고 싶어도 경제활동을 그만둘 수 없을 때 붙이는 허울 좋은 이름이 은퇴”라며 강제퇴직이라는 뜻을 나름대로 풀이했다.

한인들이 은퇴를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노후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생 100세 시대에 들면서 60세 퇴직이라는 말이 노동에서 해방이 아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년이면 60세가 되는 송영철(가명)씨는 “행복한 인생 2막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는 동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그런데 60세에 퇴직을 한다고 해도 30~40년간 긴 노후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지금 하고 있는 사업체를 70~80세까지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80세까지 일을 하고 싶어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첨단기기들로 인해 적응이 쉽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58세의 직장 여성인 이성주씨는 “컴퓨터를 이메일 주고받는데만 사용하고 있는 기계치”라며 “은행일도 직접 지점에 방문해 처리하는 것이 편한 정도로 아날로그 세대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문화에 적응하기 벅차다”고 말했다.

샌디에고 한인 커뮤니티의 경제 축으로 왕성한 활동을 한 이민 1세대는 ‘시니어보릿고개’를 겪게 될 지로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이민 1세대들을 위해 범 커뮤니티 차원에서 전문적인 기능이나 학력을 퇴직 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별도의 상설 기구를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한국일보 이태용 기자>

<그늘집>
gunulzip@gmail.com
미국:(213)387-4800
한국:(050)4510-1004
카톡: imin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