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인들의 시련, 낮잠 자는 대사관

한국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긴밀하다고 하는 우방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주도로 1953년 한미방위조약이 체결되었고 6.25 전쟁을 함께 치렀다. 그 이후 단순한 맹방을 넘어 자타가 공인하는 혈맹관계로 지속해 오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가. 두 나라 사이에 참담한 인권유린, 인간박해의 막장 드라마가 진행되고 있다. 바로 입양아 출신들의 억울하고 애달픈 신분(Status) 문제다. 대부분이 젖먹이였던 한국에서 태어난 고아 출신의 영아들이 인도적 구원이라는 명분으로 미국에 와서 자란 이후 무국적 신세가 되어 오갈데가 없게 된 사연이다. 한국전쟁 이후를 기점으로 미국에 온 입양아 출신은 대개 16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2만여명 내외가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무국적자로 전락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대부분은 전쟁고아 출신들이다. 성매매, 미혼모 출산 경우, 부모 이혼, 생활고, 사회적 탈선 등의 경우도 있다.

이들이 어떤 불행을 타고 났든 귀중한 생명들이고 한국에서 태어난 이상 분명한 우리들의 자손이다. 무슨 천형이라도 받지 않은 이상 이들이 왜 지금과 같은 막막한 운명에 맞닥뜨려야했는지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이들이 나라를 잃고 떼지어 곳곳을 누비는 유랑민인가? 아니다. 이들이 전쟁을 피해 탈출해나온 난민들인가? 그것도 아니다. 이들은 엄연한 모국이 있고 거주 이전의 목적국가가 있는데도 양국 모두가 포기해버린 상태인 기민들이다.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한국과 미국이라는 두 나라 사이에서 이런 시련이 빚어지고 있다니 말문이 막힌다.

지금 성인으로 장성한 이들로부터 갖가지 비극이 연출되고 있다. 비관 자살도 있고 자학적 사회반항도 있다. 멋 모르고 한국에 나갔다가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해 울먹이는 하소연이 TV에 보도되기도 했다. 미국정부에서는 입양아 일인당 매월 일천이백달러씩 보조금을 지불한다고 한다. 어느 미국인은 일곱명이나 집단입양했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한국에서 입양아들을 출국 시킬 때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신분보장을 받았는지를 재점검하고 미국은 입양아들을 어떻게 관리육성하는지 그리고 신병처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지금부터라도 철저히 규명해 보아야 되겠다. 세상에 자기 나라 자손들을 해외에 팔아넘기고 나몰라라 고개를 돌린다면 이게 무슨 나라인가! 곤란받고 있는 입양아 출신들이 나라가 있다고 할지 없다고 할지 그들의 통곡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만 같다.

도대체 우리 대사관에선 입양아 출신 문제가 이렇게까지 수렁 속으로 빠져 들고 있는 동안 낮잠만 자고 있었다는 건가? 여태까지 무엇을 했나! 이게 바로 적폐청산 대상이 아닌가. 우리 입양아 출신들이 어느 지역, 어느 도시에 몇 명이 살고 있고 그들의 직업 분포, 생활환경이 어떤지, 남자 입양아는 몇 명, 여자 입양아는 몇 명, 숫자는 파악되었는지 자못 궁금하다. 우리 대사관이 안보, 경제, 교류 등 각종 외교현인으로 바쁠 것으로 짐작되지만 대사관 업무가 국가간 각종 현안 업무를 처리하는데 있을진데 해외동포들의 인권재산 보호도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일 것이다.

2만여명의 입양아들이 당장 절박한 기로에 서있는데 이런 사태는 한미양국 정부차원의 공식현안으로 올려놓고 처리를 시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난달에도 청와대에 서둘러 입양아들의 실상을 파악 보고하고 문재인 트럼프 정상이 이 문제를 토의 결말을 보도록 유도했어야 했다. 대사관의 태만으로 좋은 기회를 놓친 것만 같아 안타깝다.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미주 동포들도 마찬가지다. 각 한인단체들을 바탕으로 이들 구출에 팔 걷고 나서야한다. 정계, 법조계, 학계, 경제계, 종교계에서 활동하는 각계 인사들이 힘 닿는데까지 힘을 보태야한다. 동포들 모두가 총단결하여 청와대, 백악관에 탄원, 청원 보내기 운동을 펼쳐야한다. 입양아 출신들 모두가 한뿌리 자손들이다.

그들이 태어난 모국을 원망하게 만든다면 전적으로 우리 잘못이요 배신이다. 그들은 반드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그들이 우리를 향해 원망의 눈물을 흘리지 말게 하자. 인간에게나 동물에게는 귀소본능이라는 DNA가 있다. 우리 입양아들이 겪고 있는 애처로운 역경을 못 본체 지나치는건 종교적으로 봐도 크나큰 죄악임에 틀림없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입양아 사태는 모두가 함께 빚어낸 우리 모두의 자화상일 것이다. 우리 입양아들의 평화를 두 손 모아 빈다.
전화 (571)326-6609

글/정기용 자유광장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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