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7일까지 한국으로 떠나라”

18년동안 미국서 결혼하고 아이 낳아 키우던 한인 불체 여성에 청천벽력 같은 이민국 명령
1999년 변호사 실수로 이민법정 출두 안해 추방 대기 명단에
모르고 가족여행 갔다오다 구금, 겨우 풀려났으나 다시 위기
미국 교회서 마지막’구원의 손길’…”가족들과 있게 해주세요”

“하나님, 가족들이 있는 미국에 있게 해 주세요.”

추방 위기에 몰린 한인 여성 새라 정 쿠빌씨의 기도는 간절했다. 코네티컷 주 남서부 노워크시에 있는 성 제롬 교회에서 7일 저녁에 열린 촛불 기도회에 모인 300여 명의 지역주민들 역시 같은 마음으로 기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反)이민정책의 일환으로 서류미비 불법체류자(불체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추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8년을 미국에서 살면서 가정을 꾸리며 자녀들과 함께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던 정씨는 추방 명령을 받은 뒤 교회로 피신해 실낱같은 희망으로 유예를 기다리고 있다.

이민국은 그녀에게 이번달 28일까지 한국행 편도 비행기표 구입 상황을 보고하고 다음달 27일까지 미국을 떠나야 한다고 명령했다. 이제 남은 것은 법원의 판결뿐이다.

미국인 남편 리차드 쿠빌씨와 14년 전 결혼해 12살과 9살짜리 두 아들을 둔 그녀는 운영하던 꽃가게까지 접고 ‘척수결박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첫째 아들 병수발을 위해 여념이 없던 차에 떨어진 이민국의 청천벽력 같은 통보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정씨가 미국에 첫발을 디딘 때는 1999년. 당시 그녀는 변호사를 통해 미국 시민권 신청을 했다. 하지만 변호사의 실수로 필라델피아 이민법정에 출두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 정씨는 2003년 시민권자인 남편과 결혼을 하고 나서야 법정 미출두로 추방 명령이 내려진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이민법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라”는 변호사의 말을 순진하게 믿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녀는 2010년 가족과 함께 미국령인 버진 아일랜드로 휴가를 떠났다 미국으로 돌아오는 입국장에서 붙잡혀 구치소에 구금되고 말았다. 그녀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리처드 블루멘달 상원의원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씨는 그때 추방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추방을 면한 정씨는 그 후 매년 이민국으로부터 추방 유예를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4월에는 그동안 이민법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던 변호사가 위법 행위로 체포돼 변호사 자격마저 박탈당하면서 사정은 악화됐다. 다른 변호사를 다시 고용해 추방 유예를 요구했지만 결국 이민국으로부터 다시 추방 명령을 받기에 이르게 됐다.

그러던 중 마지막 구원의 손길이 찾아왔다. 정씨가 사는 지역에 있는 성 제롬 교회가 정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일종의 ‘불체자 성소도시’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정씨와 비슷한 처지의 라틴계 여성 불체자가 교회에 머물면서 여론의 힘을 빌어 추방 유예 조치를 받은 사례가 정씨에게는 희망의 메시지와 같다.

“하나님, 축복하시어 저희를 도와주세요. 전 미국에 있어야 합니다. 두 아이가 있고 남편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으로 갈 수 없습니다.”

정씨의 애타는 기도는 이루어질 것인가. 이민국과 필라델피아 이민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정씨와 그의 가족들의 운명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코리아타운 데일리 뉴스>

추방명령을 받은 뒤 교회에 머물며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새라 정 쿠빌씨와 가족들이 목사의 기도를 받고 있다.

<그늘집>
gunulzip@gmail.com
미국:(213)387-4800
한국:(050)4510-1004
카톡:imin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