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스파이 의혹’으로 폐쇄됐던 러시아 시설을 돌려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 등 외신은 17일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 공관 반환) 협상 타결이 “거의” 임박했다는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의 발언을 보도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이날 저녁 워싱턴에서 토머스 섀넌 미 국무부 정무차관과 만나 시설 반환 문제를 논의했다. 트럼프는 지난 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서 공관 반환을 포함해 대러 제재 해제를 논의했다는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과 언론 보도를 부인한 바 있다. 트럼프는 9일 “제재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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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위치한 러시아의 외교 공관. 지난해 12월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논란 때 ‘스파이기지’ 혐의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폐쇄했다.

오바마는 대선 때 러시아가 메릴랜드와 뉴욕에 있는 외교 공관을 스파이 기지로 사용했다고 결론내리고 지난해 12월29일 이들 시설을 폐쇄했다. 러 외교관 35명도 정보 공작 혐의로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상 기피 인물)라고 규정하고 추방했다. 엔비시(NBC) 방송 보도를 보면, 메릴랜드주 동부 해안가에 벽돌로 지은 맨션은 옛 소련이 1972년 구입한 이래 워싱턴 주재 외교관들이 휴양시설로 이용해왔다.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시설은 소련이 1952년에 사들였다. 두 시설은 테니스장과 수영장 등이 갖춰져 있어 공식적으로는 러시아 외교관과 가족들의 휴양시설이지만, 미국에서는 숲으로 둘러싸인 입지 때문에 ‘최적의 스파이 시설’로 의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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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부는 공관 폐쇄 당시, 트럼프가 취임하면 다시 논의하겠다며 미 외교관들에게 ‘보복 제재’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취임 이후에도 ‘러시아 스캔들’ 탓에 반환이 미뤄지자, G20을 전후해 전방위로 시설 반환을 압박해왔다. 푸틴의 외교 보좌관 유리 우샤코프는 지난 3일 “우리가 (미국에 대해) 흔치 않게 유연성을 보이고는 있지만 한계는 있다”며 “러시아가 보복 조처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은 11일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며 ‘보복 조처’를 시사했고,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러시아 내 미 외교관 추방 및 시설 폐쇄를 언급했다.

트럼프가 시설을 반환하면 의회의 초당적인 반발이 예상된다. 상원은 지난달 14일 찬성 92 대 반대 2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러시아 제재안을 가결시킨 바 있다. 법안은 트럼프 행정부가 시설 반환을 포함해 대러 제재를 면제 또는 완화하려고 시도하면 하원에서 이를 재검토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메릴랜드주가 지역구인 민주당 상원의원 벤 카딘은 “그 저택을 반환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의회에 대한 모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코 루비오와 린지 그레이엄 등 공화당 의원들도 이미 트럼프 행정부에 시설을 반환하지 말라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한겨레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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