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아니면 진짜?” 납세자들 헷갈려

세금체납자 대상 IRS 고용 컬렉션 에이전시 전화

북가주 샌마테오 카운티의 힐스보로 경찰 소속인 앤디 시몬스 경위는 최근 연방국세청(IRS)에서 고용한 컬렉션 에이전시(Debt Collector)라는 곳에서 전화를 받았다. 에이전시 관계자는 개인 정보를 묻고 체납 사실이 있다며 체포될 수 있다고 알려왔다.

시몬스 경위는 20여분간의 통화 내용을 모두 녹음해 페이스북에 올리고 시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전화 내용만 잘 들어봐도 사기로 의심할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주변의 소음”이라며 “전화 거는 사람이 거대한 콜센터 같은 곳에 있는 것처럼 비슷한 통화 내용과 전화벨 소리 등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IRS가 고용한 컬렉션 에이전시’라고 신분을 밝히면서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는 모두 사기일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IRS는 체납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실제로 사설 컬렉션 에이전시를 고용하고 있다.

IRS는 최근 체납 세금 확보의 할당량을 IRS가 75%, 사설 컬렉션 에이전시가 25%를 담당하도록 설계한 프로그램을 실제로 시행 중이다. 다만 입장을 바꿔 보면 납세자들은 전례가 없는 또 다른 유형의 IRS 사칭 사기를 구별해 내야 할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설 에이전시가 아무런 사전 연락 없이 난데없이 전화를 해오면 사기로 봐야 하지만 적법하게 IRS로부터 위촉받은 에이전시는 미리 납세자에게 우편 등을 통해 연락하도록 돼 있다.

체납 건에 대해 적법하게 사설 에이전시가 고용된 경우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따르도록 돼 있다. 우선 IRS는 납세자에게 우편을 통해 제3자인 컬렉션 에이전시에 납세자의 어카운트가 이전됐다고 통보한다.

이어 에이전시가 해당 케이스를 접수하고 납세자에게 또 다른 우편을 통해 IRS로부터 케이스를 이전받았다는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에이전시가 납세자에게 전화를 걸어 페이먼트에 대해 상의를 하는 식이다.

이때 에이전시는 IRS로부터 납세자의 개인 정보 일체를 전달받은 뒤이기 때문에 납세자와 통화를 하면서 주소, 전화번호, 소셜넘버 등을 묻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IRS의 정책 변화에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수년간 사칭 사기가 급증하면서 IRS는 납세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홍보하기 위해 애써 왔다. 실제 IRS를 감독하는 연방 재무부의 인스펙터 제너럴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최근까지 200만명 이상의 선량한 납세자가 IRS 사칭 사기에 속아 5,500만달러 이상을 날렸다.

그러나 체납 세금 규모가 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법 일부가 개정되면서 IRS는 사설 컬렉션 에이전시 고용과 전화 허용이라는 변칙을 스스로 만들어냈고 납세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소비자보호단체연합(NACA)은 “IRS가 사기에 취약한 계층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는 변종 시스템을 만든 것은 추구하는 정책의 방향과 맞지 않을 뿐더러 체납 세금 징수라는 실적 면에서도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며 “납세자들의 대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일보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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