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집에서 독립 못하는 밀레니얼 세대 ‘암담한 현실’

구조적 문제때문? 헤픈 씀씀이때문?

# 한인 박모(여·54)씨는 직장에 다니는 딸(26)과 요즘 냉전 중이다. 박씨는 딸이 학자금 채무를 어느 정도 갚을 때까지 독립을 미루기로 한 것까지는 이해했다. 하지만 딸이 구입한 지 1년 밖에 안된 휴대폰을 새 기종으로 바꾼다거나 잦은 외식으로 씀씀이가 헤픈 것이 박씨는 못마땅했다. 박씨는 딸에게 “그렇게 돈을 헤프게 쓰면서 언제 빚갚고 집 사서 독립할 것”이냐고 불만을 쏟아 낸 것이 냉전의 원인이 됐다.

# “19달러를 주고 아보카도를 바른 토스트를 사 먹고, 한 잔에 4달러씩 하는 커피를 매일 4잔씩 사 마시는 일은 생각지도 못했다. 내 집을 살 때까지는 말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지만 일도 하지 않으면서 헤프게 돈을 쓰니 무슨 수로 집을 살 수 있겠는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 호주 부동산 재벌 팀 거너의 인터뷰 중.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 SNS가 생활화된 밀레니얼 세대. 고품질 상품과 서비스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밀레니얼 세대. 그렇다면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 집에서 독립하지 못하고 주택을 구입하기 힘든 이유가 이들의 과소비 때문일까.

밀레니얼 세대가 미국의 주 소비층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LA타임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의 집에 함께 살고 있는 것이 밀레니얼 세대의 ‘헤픈 씀씀이’ 때문이라는 것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즉 밀레니얼 세대가 독립하지 못하는 것은 사회경제적으로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이를 밀레니얼 새대의 소비 형태 때문으로 비판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먼저 밀레니얼 세대가 독립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주택 가격이다. 지난 2월 현재 LA 카운티의 주택 중간가격은 52만5000 달러다. 부동산 재벌 팀 거너의 말 대로 19달러 짜리 아보카도 토스트를 사 먹지 않고 모은다고 가정하면 1년에 6935 달러를 저축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중간가격을 기준으로 20% 다운페이먼트를 한다면 15년 동안 먹지 않고 모아야 한다. 그 대신 공짜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는 행운이 따라 주어야 한다.

또한 남가주 주택 건설이 첫 주택 수요자보다는 고소득자를 위한 고급 주택에 편향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캘리포니아가 첫 주택 구입을 하기가 가장 힘든 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여기에 심리적인 이유도 있다. ‘라떼 요인’으로 불리는 이것은 사회경제적인 구조 문제와 개선처럼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지적하기 쉬운 문제만을 언급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점에서 아보카도 토스트나 휴대폰 등 소위 사치품 구매로 주택 구입을 하지 못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밀레니얼 세대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왜곡시킨다는 지적이다.

<코리아타운 데일리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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