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꺼져가는 트럼프 반이민 행정명령…하급심에서 전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반이민 행정명령도 연방항소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미국 국민의 안전을 이유로 이슬람권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려는 트럼프 트럼프 정부의 시도에 또 한 번 법원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제4 연방항소법원은 25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수정 행정명령에 대한 효력중단 판결을 유지한다고 결정했다. 행정명령의 시행 중단을 철회해달라는 정부의 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행정명령 시행 중단 유지 결정은 찬성 10명 대 반대 3명으로 압도적인 표차로 이뤄졌다.
제4 연방항소법원은 “트럼프의 수정명령은 모호한 말로 국가안보를 내세우고 있지만, 내용은 종교적 무관용, 반감, 차별로 가득 차 있다”고 밝혔다.

로저 그레고리 주심판사는 결정문에서 “트럼프 정부의 국가 안보이익 주장은 종교적 반감에 뿌리를 둔 행정명령을 정당화하고 무슬림들의 미국 입국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의회가 대통령에게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할 포괄적 권한을 부여했지만, 그 권력은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미국의 개인들에게 회복 불가능한 해를 끼칠 행정명령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이를 억제하지 않고 그냥 둘 수는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반이민 행정명령을 미국의 안전을 위한 대통령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이슬람에 대한 종교적 반감에 기반한 조치로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1차 행정명령에 이어 이를 수정·보완한 2차 행정명령까지 1·2차 심에서 모두 시행 중단 결정이 내려지면서 트럼프의 이슬람 입국금지 정책은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됐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즉각 결정에 불복하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세션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법무부는 이 나라의 안보를 강화하려는 대통령의 노력에 제동을 건 항소법원의 판결을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지속적으로 강경하게 이 나라의 국민을 위험에서 보호하는 행정부의 힘과 직무를 옹호하고 대법원에서 이번 판결에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1월 27일 이라크와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등 이슬람권 7개국 국민과 난민의 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이 시행 중단 결정을 내렸고, 샌프란시스코의 제9 연방항소법원은 항소심에서도 시행 중단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지난 3월 6일 입국금지 대상에서 이라크를 제외하고, 기존 비자 발급자와 영주권자의 입국은 허용하되 신규 비자 신청자의 비자 발급을 90일간 중단하는 내용의 2차 수정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하지만 메릴랜드와 하와이 등의 연방지방법원에서 이 행정명령도 효력중단 판결을 내렸다.

이에 정부가 항소했지만 제4 연방항소법원이 이날 다시 2차 행정명령에 대한 시행 중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하급심에서 전패한 기록은 대법원의 최종심에서도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향신문 박영환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다. Getty 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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