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 특검과 향후 전망

‘사법 방해’ 드러나면 탄핵 수순 직면
트럼프 특검발표 30분 전에 통보 받아

연방 법무부가 17일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 및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당국 간의 내통 의혹에 대해 특검 수사를 하기로 전격 발표하면서 ‘러시아 스캔들’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 발표 30분 전에야 이같은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 등 언론들에 따르면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특검 발표 30분 전에 도널드 맥간 백악관 법률고문에게 전화로 특검 임명 계획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내통 논란으로 이 사건에서 손을 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도 특검에 대해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인 18일 트위터에서 “(힐러리) 클린턴 캠프와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일어난 모든 불법 행위에는 특검이 한 번도 임명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일은 단건으로는 한 정치인에 대한 미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single greatest witch hunt of a politician)”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에 비판적인 주류 언론과 사법 당국이 실체도 없는 사건을 의도적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탄핵 성공 여부는 민주당의 의회 다수 탈환이 관건

최근 워싱턴 정가에서 일고 있는 탄핵 주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선거캠프가 연루된 러시아 내통 의혹수사를 중단시키려는 사법방해를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됨으로써 표면화하고 있다. 정가를 뒤흔들고 있는 대통령의 사법방해 논란은 해임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대화 메모가 존재한다는 주장으로 촉발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코미 국장과의 대화에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FBI의 수사를 중단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보도됐다.

사법방해는 그동안 미국 대통령들이 직면했던 중대 범죄로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결국 사임한 리처드 닉슨 및 성추문 스캔들에 휘말렸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들이 이에 포함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법적 측면보다는 정치적 상황에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현재 여당인 공화당이 상하원 과반을 확보했기에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주된 관측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내년 11월 임기가 종료되는 상하원 의원직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중간 선거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 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자리를 탈환한다면 탄핵 추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특검 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범죄 행위가 드러나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이탈한다면 애기가 달라질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의 탄핵 절차 살펴보면

미국 역사에서 탄핵 절차가 진행된 건 3번이 있었다. 제17대 앤드루 존슨, 제37대 리처드 닉슨, 제42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그 대상이었다. 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경우 탄핵 절차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탄핵 위기에 몰렸었다.

존슨 전 대통령은 1868년 전임 에이브러햄 링컨을 따라 노예해방 기조를 유지하다, 닉슨 전 대통령은 민주당 선거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이를 은폐하려 한 ‘워터게이트 사건’ 때문에,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백악관 인턴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간통에서 위증 및 위증교사를 했다는 혐의로 각각 탄핵위기에 몰렸다. 이중 존슨과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안의 경우 하원에선 통과됐으나 상원에서 최종 부결됐다.

닉슨의 비참한 종말을 가져온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 재선을 획책하던 비밀공작반 5명이 워싱턴 DC의 민주당 전국위원회(워터게이트빌딩 6층)에 침입,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이다. 닉슨은 결백을 주장했지만 1973년 5월 아치볼드 콕스가 특별검사로 임명돼 사건의 전모와 은폐 의혹을 규명했다. 콕스는 사건 해결 열쇠인 ‘백악관 회의 녹음 테이프’ 제출을 백악관에 끈질기게 요구했다. 닉슨은 콕스를 해임하려 했고, 해임에 반발하는 법무장관과 차관까지 해임했다. 결국 닉슨 전 대통령은 1974년 7월 29일 하원 법사위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고 하원 본회의, 상원에서의 탄핵 재판을 앞두고 같은 해 8월 9일 은폐 공작을 시인하고 사임했다. 미 역사상 최초의 임기 중 대통령 사임이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경우 ‘이란-콘트라 스캔들’로 탄핵위기에 몰렸으나 하원 표결까지 가지는 않았다.

이란-콘트라 스캔들은 30년 전인 1986~1987년 미국이 당시 테러국가로 지정했던 적극 이란에 불법적으로 무기를 판매하고 그 이익으로 니카라과 좌익정부를 붕괴시키기 위해 니카라과 콘트라 반정부군을 지원한 사건이었다.

이 스캔들을 조사하기 위해 임명된 특별검사 로런스 월시는 1988년 레이건의 안보보좌관이었던 존 포인덱스터, 올리버 노스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등 최측근들을 대거 기소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스캔들과 관련된 이들 핵심참모를 모두 경질하고 TV에 출연해 무기 스캔들 내용을 소상히 밝히고 진솔하게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경우 이른바 ‘르윈스키 스캔들’로 1998년 탄핵 절차에 넘겨졌다. 백악관 인턴사원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가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성행위를 한 사실이 공개된 ‘지퍼게이트’가 클린턴 탄핵의 발단이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후 위증과 사법방해 혐의로 탄핵소추를 받았다. 클런턴 탄핵안은 1998년 12월19일 하원 전체 표결에서 과반수인 218표보다 10표 많은 228표로 가결됐다. 야당이던 공화당이 다수당이긴 했지만 민주당 일부 의원이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1999년 2월 12일 상원의 표결 결과는 반대였다. 다수파였던 공화당 상원의원 10명이 탄핵 첫번째 사유인 위증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면서 찬성 45대 반대 55로 기각됐다. 두번째 사유인 사법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공화당 5명이 이탈하면서 찬성과 반대가 50대 50 동수를 이뤄 탄핵안 인용 정족수인 67명을 채우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역대 대통령 중 탄핵으로 강제적으로 물러난 경우는 없는 셈이다.

<한국일보 조환동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워싱턴 정가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 탄핵 가능성은 아직 낮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18일 백악관에서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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