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트럼프 반이민 행정명령 세번째 제동…”성소도시 연방재정 지원 중단 불가” 판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이 법원에 의해 또 한번 제동이 걸렸다. 불법체류 이민자를 보호하는 ‘성소 도시(Sanctuary City)’에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중단하라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의 이행을 중단하라는 법원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법의 윌리엄 오릭 판사는 25일 성소 도시에 대한 연방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대통령 행정명령 집행에 대해 ‘예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샌프란시스코와 산타클라라 카운티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잠정적으로 원고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오릭 판사는 금지명령에서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불법체류자 보호정책을 계속 펴겠다고 밝힌 피난처 도시에 대한 광범위한 연방예산을 겨냥하고 있다”며 “트럼프는 의회가 승인한 연방예산 지출에 대해 새로운 조건을 덧붙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단지 대통령이 찬성하지 않는 이민자 정책을 지자체가 채택한다는 이유로, 이민자 정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연방기금 집행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소송을 제기한 데니스 헤레라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은 “대통령은 패배를 인정해야 할 것”이라며 “법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헌법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무시하려는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취임 사흘만인 지난 1월25일 국토안보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멕시코 장벽 건설 행정명령과 함께 성소 도시에 대한 연방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지난달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성소 도시에 대한 재정지원 중단 방침을 밝혔다.

이에 샌프란시스코 등 성소 도시를 자처한 지자체들은 트럼프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연방정부 정책을 지방정부에 강요할 수 없도록 한 수정헌법 10조에 위반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은 성소 도시 재정지원 중단 관련 첫번째 판결이다. 이번 판결은 미국 전역에 적용되며 관련된 모든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효력을 발휘한다. 이번 판결이 예비적 조치이지만 오릭 판사는 최종 판결에서도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했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건 벌써 세 번째다.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1월 트럼프의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잠정 중단하는 행정명령의 시행을 중지시켰다. 이어 샌프란시스코 제9연방항소법원도 중단 결정이 정당하다고 손을 들어줬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선출되지 않은 판사 한 명의 어처구니 없는 월권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라며 “오늘 판결은 미국 법 체계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법원의 판결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테러리스트들의 미국 입국을 막기 위해 이민을 제한하려는 노력들과 마찬가지로 결국은 대법원에서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항소를 통해 최종심에서 정당성을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샌프란시스코 법원에 대해 “미쳤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프리버스는 “연방기관이 자금을 집행할 때 조건을 내걸 수 없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이번 판결은 결국 대법원에서 뒤집힐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금지명령이 연방 이민법을 지키지 않는 도시들에 법을 집행할 수 있는 법무부의 고유 권한에 적용되지는 않는다”면서 연방 이민법을 엄정히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성소 도시의 역사는 1979년 로스앤젤레스(LA)로 거슬러 올라간다. LA가 처음으로 성소 도시를 선언한 이래 미국의 여러 도시가 뒤를 따랐다. 2012년 시카고, 2014년 보스턴, 지난해에는 뉴올리언스가 합류했다. 신시내티를 포함해 현재 미국의 성소 도시는 40개 정도다.

트럼프의 연방정부 재정지원을 끊겠다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뉴욕, LA, 시카고 등 성소 도시 시장들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빌 드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당시 “이민자들이 어디서 왔는지 관계없이 모두를 보호할 것”이라고 했고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시카고는 아메리칸드림을 품은 모두를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박영환 특파원>

불법 이민자를 보호하는 ‘성소도시’에 연방정부의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맞서 소송을 제기한 데니스 헤레라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이 25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낸 뒤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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