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H-1B 심사강화 기술기업들 ‘비상’

트럼프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민을 고용”조치
기술기업들 “트럼프 방식 경제 도움 되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문직 취업 비자(H-1B)의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기술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고 LA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필요한 인재는 해외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구할 수 있지만 결국 공이 해외업체로 넘어가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다.

지난 18일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민을 고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서명했다.

그동안 그는 H-1B를 “미국민을 밀어내고 값싼 노동력을 수입하는 시스템”이라고 비난해 왔다.

향후 고도로 숙련된 고임금 근로자를 엄선해서 H-1B를 발급하겠다는 구상으로 관련 산업계는 불안에 휩싸였다.

실리콘밸리의 이민 전문 아이다 아칼린 변호사는 “기술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로컬에서 필요한 인재를 구하지 못해 H-1B에 의존했는데 이마저 어려워지면 ‘다른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다른 방법’이란 기술기업들이 원하는 경영 요소들을 제공해주는 아웃소싱 회사들로 외국인 전문직 취업 문호가 보다 넓은 캐나다와 아일랜드 등지에 본부를 둔 아웃소싱 기업들이 트럼프 반이민 정책의 막대한 반사이익을 보게 될 전망이다.

신문은 행정명령 서명에 즈음해 이민 당국 곳곳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토안보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컴퓨터 프로그래머 추첨 시스템을 보다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고, 이민국에는 H-1B 사기와 관련된 문의가 늘었으며, 법무부는 고용주들을 상대로 채용 시 미국민 역차별 금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실리콘밸리의 또다른 이민 전문 리즈 자프리 변호사는 “행정명령을 비롯한 일련의 변화들은 고작 형식에 불과하지만 내포된 강력한 메시지가 실리콘밸리에서도 미국민의 외국인에 대한, 또는 외국인 스스로의 의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자프리 변호사의 2명의 의뢰인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외국인이지만 각각 모국인 스페인과 중국으로 돌아가 당초 미국에서 하려던 스타트업을 할 계획이다.

그는 “H-1B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지만 트럼프 방식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구글, IBM, 애플이 현재의 위대한 기업이 된데는 필요하면 어느 곳에서든 인재를 데려올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연간 8만5,000명의 H-1B 쿼터에 대한 기술기업들의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2013년 구글은 743명을 H-1B로 채용했고,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실리콘밸리에서는 1,000개 이상의 H-1B를 신청한 기업이 17개에 달했다.

그러나 제도의 맹점을 활용해 아웃소싱 업체들이 부당이득을 취해왔다는 지적도 있다.

연간 H-1B 쿼터 획득 상위 15개 기업 중 13개가 아웃소싱 기업이란 점이 그 방증이다.

특히 인도계인 인포시스와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 등은 매년 수천개의 H-1B를 챙겨가는 큰 손으로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를 수입해 이득을 챙겨왔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한편 LA타임스는 H-1B 제도 수정의 피해가 기술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통적인 제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연설한 위스콘신주 커노샤에 위치한 공구제조업체 스냅온(Snap-on)은 최소한 17명의 H-1B 소지자를 직원으로 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일보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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