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New Year!
작성자
그늘집
작성일
2019-12-31 12:29
조회
3673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천도(天道)라는 것은’-. 중국 역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마천이 사기(史記)의 서문을 통해 던진 질문이다.
그가 아는 역사, 그 창을 통해 본 세상은 좋아지지가 않는다. 아니 나빠지고 있다. 그래서 던진 질문인 것이다. B.C.로 거슬러 올라가는, 그러니까 2000년도 훨씬 전에 던진 이 질문은 요즘도 계속해 되뇌어지고 또 되뇌어지고 있다.
한해가 간다. 2019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동시에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세상은 더욱 더욱 나빠지고 있고, 지난 한해는 최악까지는 아니라도 ‘역대급’으로 안 좋은 해가 아니었나 하는 것이다.
언론사마다 선정한 2019년의 10대 뉴스 목록들도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분노한 군중의 시위물결, G2 무역전쟁, 여전히 기승을 떠는 테러. 거기다가 폭염, 수퍼 태풍, 산불 등 초대형 자연재해 등등.
이 뉴스들을 접하노라면 세상은 나빠지고만 있고 머지않아 말세라도 도래할 것 같다.
“천만의 말씀이다. 정반대로 세상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저술가 매트 리들리의 말이다. 단순히 좋아진 정도가 아니다. 2010년에서 2019년으로 이어진 지난 10년의 기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좋은 10년(The Best Decade)’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저널리즘은 극적인 이벤트를 쫓기 마련이다. 때문에 언론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일상으로 접하는 뉴스는 부정적이기 일쑤다. 거기다가 인류는 일종의 진화적 심리를 통해 사물을 어둡게 보는 경향이다.
아득한 시절 석기시대의 사람이 풀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바람인가, 사자 때문인가. 바람소리야. 이렇게 늘 낙천적이었던 사람의 DNA는 전수되지 않았다. 사자일 거야. 의심부터 하고 항상 대비해온 사람의 DNA는 널리 확산됐다. 맹수의 공격으로부터 생존해왔으니까.
그런데다가 옛날 것들은 기억의 따사함 속에서 항상 더 좋아보인다. 그래서 내려지는 결론은 세상은 날로 나빠지고 있다는 거다.
그러나 그 ‘좋았던 시절’의 생활상을 알려주는 각종 통계수치를 보면 현실은 아주 엄혹했다.
경제수치를 보자. 한 세기 전인 1820년 당시 세계경제의 GDP는 1조2,000억 달러(2011년 달러시세 기준)를 마크했었다. 오늘날에는 거의 100배인 116조 달러에 이른다.
1950년 세계인구의 55%가 극도의 빈곤에 시달렸다. 오늘날에는 8.6%밖에 안 된다.
세계의 식량생산은 1961년 이후 4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구는 두배 반이 늘었다. 무엇을 말하나. 배를 곯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으로 충분한 영양섭취는 건강증진을 불러와 의학발전과 함께 인간의 평균수명도 날로 길어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환경오염과의 전쟁에서도 낭보가 잇달고 있다. 원시림이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농업기술 혁신과 함께 지구촌 곳곳에서 없어져가던 삼림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야기가 길어진 것은 다름이 아니다. 어두운 것 같다. 그렇지만 세상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또 밝아지고 있다. 그 희망 가운데 새해를 맞이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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