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국가비상사태’ 미국의 집단공포, 생필품 진열대 쓸어 담았다

작성자
그늘집
작성일
2020-03-15 08:31
조회
530

유기농 식품체인 홀푸드의 야채 판매대 (뉴욕=연합뉴스) = 14일 뉴저지주의 한 유기농 식품체인 홀푸드의 야채 판매대가 듬성듬성 휑한 모습이다.

대형마트마다 사재기 인파…화장지·생수·음식료품 곳곳 텅빈 진열대
‘학교 휴업’에 학부모 초비상…”최소 4월까지 장기전 생각하고 쇼핑”

출입구 앞에선 줄이 길게 늘어섰고, 점원은 쇼핑카트 손잡이를 세정제로 꼼꼼하게 소독하고 나서야 하나씩 손님들에게 넘겨줬다.

인파로 북적이는 마트 내에서도 손님들은 서로 부딪치지 않으려는 듯 가급적 거리를 두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계산대 점원의 손에는 일일이 일회용 비닐장갑이 끼워져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가비상사태' 상황에서 처음으로 주말을 맞은 미국 전역에서는 두려움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디까지 확산하고, 비상사태는 얼마나 장기간 진행될지를 전혀 예견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그 근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상당수 주의 각급 학교들은 연쇄적인 수업 중단에 들어가면서 '최소 2주'로 공지했지만, 학부모들은 4월 봄방학까지 최소 한 달을 대비하는 표정이다.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 조'를 찾은 뉴욕 교민 정모 씨는 "다음 주부터 최소 2주간 학교 수업이 중단됐는데, 4월 봄방학까지 한 달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당장 중학생과 초등학생 아이 2명이 집에만 머무는 상황인데 먹거리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불안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13일부터 본격적인 '사재기(panic buying) 광풍'으로 이어졌다.

동부의 뉴욕부터 서부의 로스앤젤레스(LA)까지 대형 마트마다 인파가 몰렸고, 주요 생필품 진열대마다 사재기가 훑고 지나간 흔적이 역력했다.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들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인마트에도 백인 등이 평소보다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건을 사기 위해 아시아계 마트까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 라디오에선 '빈 선반'이 미국의 주말 풍경을 묘사하는 얘깃거리로 오르내렸다. 점포마다 빈 선반 앞에서 스마트폰 셀카를 찍는 고객들이 눈에 띄었고, 소셜미디어에서도 종일 화제에 올랐다.

진열대마다 판매 수량을 1~5개씩 제한하는 공지가 달렸고, 일부 매장의 계산대에선 더 많은 수량을 요구하는 고객과의 실랑이가 빚어지기도 했다.

뉴저지주의 한 슈퍼마켓 체인 '스톱앤드숍' 출입구엔 애초 밤 11시까지인 영업시간을 밤 8시로 앞당긴다는 공지문이 붙었다. 선반을 다시 채울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점원 켈리는 "다들 미쳤다"면서 "내일 아침에 문 열자마자 다시 오면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미국 동부에서 36년째 사는 김모씨는 "지난 2000년 Y2K 사태를 앞둔 1999년에도 사재기가 극심했는데 그때 이후 가장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뉴저지 슈퍼마켓의 ‘화장지 판매대’ (뉴욕=연합뉴스) = 14일 뉴저지 한 슈퍼마켓 체인의 화장지 판매대.

비교적 주말이면 한산한 도심권도 사정은 마찬가지. 워싱턴DC 로건서클 인근의 대형마트 자이언트에는 주말 오전 9시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손 세정제와 비누 등 일종의 '코로나19 대응 용품'들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생수, 쌀, 빵, 유제품 등 일종의 필수 음식료품으로 '사재기 광풍'은 이어졌다. 유기농 식품체인 홀푸드의 야채 판매대도 듬성듬성 휑한 모습이었다. 홀푸드의 한 점원은 "아침 문을 열면 오전에만 야채 절반 이상이 팔려나간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의 '장기전'을 대비하듯, 스파게티 면류를 비롯한 건조 식자재 또는 냉동식품 등도 찾는 손길이 많아지면서 판매대에 남은 물량이 적었다.

무엇보다 '인기 품목'은 화장지.

뉴저지 월마트의 점원 제임스 크레이크는 "허리케인 같은 비상사태마다 통조림·생수와 함께 화장지를 사곤 하는데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이 사는지 모르겠다"면서 "어쨌든 다들 아침이면 키친타월이나 두루마리 화장지부터 쓸어 담고 있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논리적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화장지 사재기'에 담긴 공포심리에 주목했다.

코로나19 방역에 연관되지 않은 품목을, 그것도 실생활에 직접 필요한 물량 이상으로 과도하게 사들이는 것 자체가 집단적인 불안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미 CNBC 방송은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손 비누와 세정제 판매가 급증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다소 뜻밖의 품목도 비축하고 있다"면서 "바로 화장지"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소비심리학 전문가를 인용 "화장지는 집단 패닉의 아이콘"이라고 전했다.

미국인의 '패닉'은 생필품이 아닌 일반 쇼핑을 하는 대형 몰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으로 표출됐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인파가 몰리는 곳을 피하려는 심리에 대형 쇼핑몰에는 주말임에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버지니아주 타이슨스의 한 대형 쇼핑몰의 식당가 직원은 "코로나19 때문에 평소 주말 저녁과 비교하면 70%는 손님이 줄어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전체 0

전체 616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616
멀고 험한 미국 가는 길…중미 이민자들, 과테말라서 발 묶여
그늘집 | 2021.01.18 | 추천 1 | 조회 164
그늘집 2021.01.18 1 164
615
바이든 정부 ‘캐러밴 행렬’에 문 열까
그늘집 | 2021.01.16 | 추천 1 | 조회 199
그늘집 2021.01.16 1 199
614
‘캐러밴 행렬’ 미 입국 못 한다
그늘집 | 2021.01.11 | 추천 0 | 조회 322
그늘집 2021.01.11 0 322
613
민주 정권·의회 장악에 최고령 대법관 은퇴 요구 직면
그늘집 | 2021.01.09 | 추천 0 | 조회 198
그늘집 2021.01.09 0 198
612
트럼프 더 궁지로…의회폭동 진압 나선 경찰관도 숨졌다
그늘집 | 2021.01.07 | 추천 0 | 조회 223
그늘집 2021.01.07 0 223
611
미국 민주주의가 짓밟혔다
그늘집 | 2021.01.07 | 추천 0 | 조회 219
그늘집 2021.01.07 0 219
610
국경에 몰려드는 난민 신청자들
그늘집 | 2021.01.04 | 추천 0 | 조회 198
그늘집 2021.01.04 0 198
609
민주 펠로시, 하원의장에 재선출…2년 더 이끈다
그늘집 | 2021.01.03 | 추천 0 | 조회 211
그늘집 2021.01.03 0 211
608
미국 땅 눈앞에 두고…국경 다리서 출산한 온두라스 여성
그늘집 | 2021.01.03 | 추천 0 | 조회 241
그늘집 2021.01.03 0 241
607
미 법원, '부통령에 대선결과 번복 권한 달라' 소송 기각
그늘집 | 2021.01.02 | 추천 0 | 조회 189
그늘집 2021.01.02 0 189
606
트럼프, 새해 앞두고 '자화자찬' 연설…"모두가 내게 감사"
그늘집 | 2021.01.01 | 추천 0 | 조회 229
그늘집 2021.01.01 0 229
605
'레임덕' 트럼프의 막판 정책, 바이든 취임 당일 '올스톱'
그늘집 | 2020.12.30 | 추천 0 | 조회 321
그늘집 2020.12.30 0 321
604
“부통령에 대선결과 번복 권한을” 공화 하원의원 소송
그늘집 | 2020.12.28 | 추천 0 | 조회 234
그늘집 2020.12.28 0 234
603
트럼프 부양책 불만 속 미 하원 ‘현금지급 상향’ 대체안 추진
그늘집 | 2020.12.27 | 추천 0 | 조회 203
그늘집 2020.12.27 0 203
602
바이든·멕시코 대통령, 첫 통화…이민문제 협력 약속
그늘집 | 2020.12.20 | 추천 0 | 조회 334
그늘집 2020.12.20 0 334
601
이방카 vs 해리스 조지아 동시 출격…’상원 쟁탈전’ 지원사격
그늘집 | 2020.12.19 | 추천 0 | 조회 216
그늘집 2020.12.19 0 216
600
"MS도 러시아 추정 해커에 뚫렸다"…미 해킹피해 비상
그늘집 | 2020.12.18 | 추천 0 | 조회 251
그늘집 2020.12.18 0 251
599
플로리다 주민들 “트럼프 오지마”
그늘집 | 2020.12.17 | 추천 0 | 조회 353
그늘집 2020.12.17 0 353
598
바이든 '상원 장악 승부처' 조지아 출격…대선승리 후 첫 유세
그늘집 | 2020.12.15 | 추천 0 | 조회 301
그늘집 2020.12.15 0 301
597
트럼프 위스콘신주 투표 무효 소송 연방법원서 기각
그늘집 | 2020.12.13 | 추천 0 | 조회 268
그늘집 2020.12.13 0 268